[커버스토리] ‘한푸’의 원조는 고려서 건너간 한류 ‘고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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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민재  성균관대학 의상학과 겸임교수·(사)한국궁중복식연구원 학예연구실장 2022-02-11 오후 3:55:34

▲ 조선 초기의 저고리와 치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등장했다. 국기전달식 장면에 댕기 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착용한 여성이 등장했고, 개회식 중간에 나온 홍보 영상에는 ‘길림 백산(吉林 白山)’이라는 자막과 함께 치마저고리를 착용한 무용수들이 장구춤을 추고 상모돌리기까지 했다. 타국에서 개최된 올림픽 개막식에 우리 전통복식과 춤이 등장하다니 의아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중국으로서는 자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을 등장시킨 것인데, 전 세계에 방영되는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등장시킴으로써 마치 우리 전통복식인 한복이 중국의 소수민족 복식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한복에 대한 중국의 도를 넘은 역사왜곡은 몇 년 전 온라인게임 사건으로 가시화됐지만 이른바 ‘한복 공정’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중국 게임업체들은 중국 황실을 배경으로 한 게임에 한복을 잇달아 등장시키고 있고, 중국 네티즌은 한복을 ‘명나라 의상’ 등으로 왜곡 선전하고 있다.) 한복을 포함한 중국의 ‘문화공정’은 지금은 전통음식, 전통음악, 심지어 역사적 인물까지 그 왜곡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 고려의 영향을 받은 명나라 초기 의복이 등장하는 그림(왼쪽). 베이징 패션쇼에 등장한 치파오. 청나라 때의 치파오는 중국의 전통복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한푸’의 모호성
 
  중국의 매체나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우리나라의 한복(韓服)이 중국 전통복식인 한푸(漢服)의 아류라는 식의 주장이 빈번하다. 중국의 한복에 대한 역사왜곡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역사는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조선의 경우 명나라의 제후국으로서 당연히 중국 복식의 영향을 받았다. 더 나아가 조선의 복식이 중국 복식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처럼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니 조선족의 문화는 모두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중국이 내세우는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이 갖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넓은 의미로 한복은 한민족(韓民族)의 옷이라는 뜻이다. 한복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우리 민족 고유의 복식이고 여기에는 한민족 고유의 문화적 감수성과 미감(美感)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흔히 한복이라고 하면 조선시대 말기에 정립된 한복의 형태를 떠올린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통복식은 근대 이전, 현대 복식 직전 전통 시대의 복식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전통복식은 기모노(着物)이며 에도 시기에 정립된 복식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전통복식은 치파오(旗袍)다. 중국의 근대국가 이전은 청나라였기 때문에 청나라의 복식인 치파오가 중국의 전통복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의 전통복식은 한복, 일본의 전통복식은 기모노, 중국의 전통복식은 치파오라는 것은 이미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은 경제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복식인 치파오가 중국을 상징하는 전통복식인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개념이 ‘한푸’이다. 한푸는 일종의 신조어로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사실 한푸는 중국 내에서도 그 정의가 모호하며 학술적으로도 완전히 인정받은 용어라고 할 수 없다.
 
  한복이나 기모노는 하나의 민족 복식이 발전하여 체계화된 형태이지만 중국은 여러 다양한 민족이 각기 나라를 세우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큰 흐름을 갖는 복식 형태를 갖기 어려웠다. 진(秦)나라 복식, 한(漢)나라 복식, 원(元)나라 복식, 청(淸)나라 복식 등 각 왕조별 역사 복식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중국은 한족(漢族)의 복식이라는 ‘한푸’라는 개념을 굳이 만들어 한조가 세운 마지막 왕조인 명나라의 복식을 한푸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명나라는 이미 17세기에 멸망한 나라다. 명나라의 복식을 중국의 전통복식이라고 칭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명나라의 복식은 건국 초기의 복식과 그 이후의 복식에서 많은 차이를 갖는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명 초기의 복식이 조선시대 복식과 비슷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조선의 복식이 명나라 복식에서 기원했고 따라서 한복이 바로 한푸라는 주장도 여기서 비롯된다.
 
 

▲ 고구려 벽화 속의 의상. 우리 민족의 복식은 스키타이 계통의 유목민족 복식에 기원을 둔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의 투피스 형식이다.

  한족은 원피스, 우리는 투피스의 복식
 
  명나라 초기의 복식이 조선의 한복과 닮은 점은 사실이다. 이는 원나라 때 유행한 ‘고려양’이 명나라 초기 근 100여년간 유행했기 때문이다. 고려양은 원나라에서 유행했던 고려 복식으로 지금의 한류와 같다고 보면 된다. 고려양은 명나라 건국 이후 제9대 황제(재위 1487〜1505) 홍치제가 “고려양은 원래 중국의 풍습이 아니다”라며 고려양 복식의 착용을 금지하고 송나라 복식으로 회귀할 때까지 유행했었다.
 
  따라서 명 초기의 복식, 특히 여성 복식은 조선 초기 복식과 많이 닮았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명나라는 대국, 조선은 소국이라는 단순한 상황만으로 조선의 복식이 명나라 복식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복이 한푸에서 기원했다거나 한푸의 아류라는 주장은 더더욱 그렇다.
 
  원래 한족의 복식 스타일은 가운 형태의 ‘원피스 양식’이 기본형이다. 반면 우리 민족의 복식은 스키타이 계통의 유목민족 복식에 기원을 둔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의 ‘투피스 양식’이다. 또한 한족의 복식 스타일은 몸을 일자로 보이게 하는 날씬한 스타일인 데 반해 우리나라의 전통복식 스타일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데 그 특징이 있다.
 
  한족 복식의 스타일을 시대별로 봐도 대부분 날씬한 스타일이다. 고려양의 영향을 받은 명나라 초기 복식에서만 풍성한 실루엣의 스타일이 보인다. 따라서 한푸가 명 초기에 유행한 고려 복식 스타일이라고 우리가 우겨도 중국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한복이 등장한 것은 조선족 문화를 중국의 전통문화로 만들겠다는 속셈에서 기인한다. 조선족은 경제적 이유와 일제의 강제이주, 독립운동을 위한 이주 등을 이유로 19세기 만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그 기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백 년간 중국 영토 안에서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지 못했던 다른 소수민족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한 그 본류인 한국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한 분파라고 할 수 있는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의 전통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궁색해 보이기까지 한다. 중국 측의 논리에 따르면 국내 화교들이 고수하는 중국식 전통문화를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오랜 교류가 있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복식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유교 문화를 받아들이며 유교 문화의 한 부분인 의례복식 체계를 채택하였다. 왕과 왕비의 복식이나 관리의 의례복식이 중국의 복식과 같은 이유다. 이는 유교 문화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의 공식 복식, 일종의 유니폼이나 글로벌 스탠더드와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를 마치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었거나 일방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이러한 유교 복식 문화 또한 중국 한족의 독자적인 창작품은 아니다. 호복(胡服)이나 서역 복식, 유목민족 복식 등의 영향을 받아들여 형성된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푸 논란과 한복에 대한 역사왜곡은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동북공정에 기인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미약하며 역사적 사실과도 다르다. 그럼에도 과도한 역사왜곡과 문화를 훔치는 행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때마다 냉철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번 온라인게임으로 시작된 한복 왜곡에서도 잠깐의 갑론을박만 있었을 뿐 제대로 된 대처는 미약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에서도 그때그때의 이슈로만 다룰 뿐 장기적인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류로 인한 ‘K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을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우리 전통문화를 비롯한 한복에 대한 소개와 홍보가 국내외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